기록하는 30대 n명에게 물었습니다. 삼십살롱의 5호 주제는 ‘기록’입니다.
기록은 흔적을 남기는 일입니다. 형태도 존재하는 이유도 다양한데요. 생각이 휘발되어 사라지는 게 아까워 아이폰 메모장에 두서없이 떠오르는 대로 적기도 하고, 오늘 한 일과 느낀 감정을 다이어리에 적기도 하죠. 글뿐만 아니라 사진, 영상 또는 녹음 등 형태도 다양합니다. 요즘에는 블로그나 SNS에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기록을 남기는 분들도 적지 않아 보여요.
문득 저희 삼십살롱 에디터들은 30대인 분들이 왜 기록하는지, 어디에 어떻게 남기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는 4인 에디터의 기록 이야기와 기록을 좋아하는 각기 다른 30대분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았습니다. 역시나(?) 이유도 모양도 다양했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분과 가장 비슷한지 한 번 찾아보세요! |
|
|
📘 오늘의 레터, 한 눈에 보기
1. 다이어리 수집가, 에디터 스칼렛
2. 프로 사부작사부작러, 에디터 로라
3. 문어발로 기록하는 에디터 에이미
4. 낭만 탐험가, 문장 수집하는 에디터 선샤인
5. 노션에 회고를 기록하는 병아리 개발자
6. 책과 영화, 수업을 기록하는 초등교사
7. 손글씨로 회의록을 남기는 워커홀릭 직장인
8. 기록 경력(?) 25년에 빛나는 정리전문가
+BONUS ) 똑똑하게 메모∙회고록 남기는 방법
|
|
|
| Profile_스칼렛
다이어리 - 일정, 일상, 생각 기록 (10년차) |
|
|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순간의 감정을 담아내고 싶어 기록을 시작했어요. 20살이 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고 23살이 되며 더 적극적으로 적게 되었습니다. 처음 겪은 사회생활의 스트레스로 힘들었던 시기,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마음을 털어놓아도 잠시뿐이었어요. 그런데 다이어리를 펼쳐 하루의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하면서부터 생각이 정리되고, 분노가 서서히 가라앉는 것을 느꼈어요.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평화를 되찾은 것 같아요. 이렇게 시작한 기록이 어느덧 10년차가 되었네요. |
|
|
기록하면서 좋았던 점은?
'나'라는 사람을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아요. 매년 차곡차곡 쌓이는 다이어리를 보는 재미도 느끼고 다이어리 유목민이 정착해나가는 과정과 어떤 스타일의 다이어리를 좋아하는지 고민하는 과정까지 모두 '나'를 알아가는 시간에 포함되어 있어요. 그렇기에 기록하면서 저와 더 친해 질 수 있었습니다. |
|
|
스칼렛에게 기록이란?
저에게 기록은 ‘글로 쓴 사진’ 이에요. 기록은 사진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 할 수 있죠. 한 번쯤 들어봤을 "남는 건 사진뿐이야." 라는 말처럼 기록은 '글로 쓰는 사진'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공간에 써 내려가는 글은 제 3자의 의견이 아닌 오롯이 저의 생각을 담을 수 있고, 매일 작성하지는 못하더라도 남겨두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기록하는 게 좋아요. 앞으로도 쭉 꾸준히 이어갈 예정입니다.
|
|
|
| Profile_로라
1. 인스타그램 - 취미 생활 (2년)
2. 핸드폰 메모 - 아무말이나 (약 10년)
3. 블로그 - 나의 생각, 살아온 것들 (약 5년) |
|
|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생각이나 행동들을 정리하기 위해서예요. 지금 저의 일상과 생각을 글로 기록하면 머릿속이 조금 정리되고, 머릿속이 정리되면 마음이 좀 편해지더라고요. 어질러진 방에도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다 알지만, 그래도 심미적으로 불편할 때가 있지 않나요? 기록하기 전 저의 머릿속이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정리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보관하죠. |
|
|
기록하면서 좋았던 점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중에 들춰보면 재미있어요! 가끔 심심할 때 메모장에 들어가 봐요. 여러 카테고리가 있지만, 이상한 제목으로 시작하는 것들이 그 당시 감명 깊었던 아무 말들이죠. 들어가 보면 그 당시에는 정말 인상 깊어서 적어뒀는데 다시 보면 이게 뭐지? 싶은 것들도 많고, 또 한 번 감명받을 때도 있어요.
그리고 과거의 제 자신과 대화하는 기분이에요. 블로그에는 주로 제가 즐거워했던 일, 슬펐던 일 등 평소와 다른 감정이 들 때의 이야기들을 쓴 기록이 있어요. 이런 글은 과거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어요.
|
|
|
로라에게 기록이란?
저에게 기록이란 ‘친구’예요. 지난 기록을 읽으면 과거의 저와 대화하는 것 같아요. 또 제 고민을 끄적이다 보면 한결 편안해지고요. 마치 친구 사이에서 얻을 수 있는 상호작용과 비슷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기록을 통해 저의 친구를 많이 만들어야겠어요!
|
|
|
| Profile_에이미
1. *베터 로그 - 아티클 읽고 생각 기록 (3개월)
2. 핸드폰 메모 - 선명한 꿈, 감정 (8년)
3. 다이어리 - 하루 일과, 깊은 고민 (17년)
4. 블로그 - 카페 소개, 필름 사진 (10년차)
5. 인스타그램 - 방, 필름사진, 일상 (10년차)
*베터 로그: 기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보다 기능이 간단해 가볍게 기록하기 좋음. 커뮤니티를 만들어 유저들과 소통도 가능
|
|
|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까먹지 않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예요. 흘러가는 기억을 붙잡고 싶고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저를 더 선명하고 알고 싶어서 기록해요. 최근에는 제 생각과 감정을 상기해 보는 글을 적고 있는데요,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제 신체적 반응이나 상황을 적고 나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명확하게 보이더라고요. |
|
|
기록하면서 좋았던 점은?
기록할 당시에는 잘 몰랐다가 1, 2년 후에 다시 보면 새로워요. 머리로 기억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사진과 글 또는 영상으로 순간을 기록하면 선명하게 남아서 좋아요. 추억을 회상하거나 나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점도 좋고요. |
|
|
에이미에게 기록이란?
'나를 만나는 시간' 이에요. 방 꾸미기와 필름 사진에 관심이 많아 부계정을 만들어 그때그때 찍은 방 사진과 필름 사진을 꾸준히 올리고 있어요. 기록이 쌓이니 제 취향이 어떠한지가 보이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유저들의 사진과 비교해보며 제가 무엇을 싫어하는지도 알 수 있었어요. 결국 저를 더 알아가는 도구가 되더라고요. 그게 기록의 힘인 것 같아요.
|
|
|
| Profile_선샤인
핸드폰 메모 - 말 수집 목록 (12년) |
|
|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집한 말 목록을 잊지 않고 사용하기 위해서 기록해요. 예를 들면 일상에서 접하는 책 속 명언, 영화 명대사, 기타 콘텐츠 등에서 ‘감명받은 문구’ 또는 ‘후킹 포인트 문구’를 기록했다가 필요한 상황에 써먹습니다. |
|
|
기록하면서 좋았던 점은?
기록은 기억의 한계를 보완해 줘요. 자주 쓰는 문구는 머릿속에 있지만, 한번 보고 지나치거나 사용한 지 오래된 문구는 기억나지 않을 수 있죠. 이때 기록(메모장)한 걸 보면 언제든지 다시 상기시켜서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
|
|
선샤인에게 기록이란?
저에게 기록이란 ‘냉장고’ 에요. 먹을거리를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먹듯, 제가 수집한 문구나 아이디어들을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한 순간에 꺼내 사용할 수 있어요. 또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그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냉장고와 같은 기록의 매력이죠. 때로는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오래전에 저장해둔 한 문장이 큰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
|
|
| Profile_신뚜비
노션 - 업무 회고 (2년) |
|
|
기록하는 이유
저는 회고를 하는데요, 회고는 자신이 해 온 것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를 개선해서 더 성장한 미래로 나아가도록 도와줘요. 거창하게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저는 개발을 시작하면서 자꾸 까먹어서 기록을 시작했어요. 배울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너무 많았거든요. 일종의 생존 수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등바등 어떻게든 개발자들 사이에 섞여보려고 기록하며 노력했죠. 그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회고’라는 것을 흔히들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저의 지나온 시간을 곰곰이 돌이켜본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이제는 회고가 습관이 되어 회고 자체를 즐기게 된 것 같습니다. |
|
|
기록하면서 좋았던 점
가장 좋은 점은 이력서의 기반이 되는 자료가 됩니다(ㅎㅎ). 부지런히만 쓴다면 그동안 업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 정리할 때 아주 좋은 참고가 됩니다. 또 나의 경험을 생동감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자료가 되기도 하죠. 열심히 숨 가쁘게 살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면 하나도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내가 이때 뭘 고민했고, 뭘 배웠고, 뭐가 좋았는지, 뭘 개선하고 싶었는지 등… 만약 기록을 한다면, 그럴 걱정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메모 정리법 꿀팁 : 저는 4L, PARA 양식을 자주 활용해요.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서 확인 해보세요!) |
|
|
신뚜비님에게 기록이란?
'나만의 무기'라고 생각해요. 기록함으로써 시간을 좀 더 가치 있게 보내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 결과가 일상에서도, 직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렇기에 앞으로도 열심히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
|
|
👩🏻🏫 책과 영화, 수업을 기록하는 초등교사 (30) |
|
|
| Profile_바르다이선생
1. *북적북적 - 책을 읽고 기록하는 앱 (2년)
2. 클래스팅 - 수업 내용 / 학부모와
공유하는 교사 전용 앱 (4년)
3. 메모장 - 영화에 대한 감상 (1년)
*북적북적: 앱 내에 저장된 책을 검색해서 기록할 수 있다. 책을 찾기 쉬워 나중에 꺼내보기 좋다.
|
|
|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과 영화는 어떤 것을 보고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 남기기 위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감명 깊게 읽거나 봤어도 시간이 지나면 제가 어떤 부분을 좋아했는지 잊어버리더라고요. 그게 아쉬워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업 기록의 경우 같은 학년 선생님의 추천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다 보니 습관이 되고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어 계속 기록하고 있습니다. |
|
|
기록하면서 좋았던 점은?
두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언제든 기억을 꺼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기록 해놓지 않으면 책이나 영화를 다시 봐야 할 수도 있잖아요. 물론 좋아하는 작품을 또 보는 건 좋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시간이 아깝더라고요. 그런데 기록 해두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기록하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어요. 저는 이 부분이 기록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반에는 잘 모르지만, 기록이 쌓이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요. 예를 들어 책이나 영화 기록을 살펴보면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 무엇인지를 통해 저의 취향이 발견되더라고요. 수업 기록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어떤 수업에 집중하고 아이들에게 어떤 내용을 가르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어요.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롭기도 합니다. |
|
|
바르다 이선생님에게 기록이란?
나에게 기록이란 ‘나’입니다. 기록을 하면 저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저는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바라볼 수 있게 돼요. 그것들이 '더 나은 나‘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 |
|
|
✍🏻 키워드로 회의록 쓰는 워커홀릭 직장인 (39) |
|
|
| Profile_푸키
다이어리 - 회의할 때 핵심 키워드 (7년) |
|
|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회의할 때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복기할 때 왜곡이 발생할 수 있어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
|
|
기록하면서 좋았던 점은?
기억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놓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핵심 키워드를 적어 놓으면 그 단어를 매개로 당시 상황을 더욱 정확하게 떠올릴 수 있어요. 덕분에 놓치는 부분 없이 생각할 수 있어 기록의 효과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기록은 생각과 결정의 과정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비슷한 상황에서 더 나은 결정을 하도록 도움을 주고요. 이러한 이유로 기록은 단순한 회의 정리를 넘어 저의 자기 발전을 위한 중요한 도구예요. |
|
|
푸키님에게 기록이란?
나저에게 기록이란 ‘습관’이에요. 과거의 나 보다는 미래의 나에게 더 필요하고 점차 나빠지는 기억력을 보완해 주는 꼭 필요한 습관인 것 같습니다. |
|
|
| Profile_슈필라움
초등학생 때부터 통틀어 25년 간 기록.
•초등학생 - 일기장
•중고등학생 - 다이어리 / 문장 위주로 기록
•대학생 - 달력 / 단어 위주로 기록
•현재 - 블로그 / 운영중인 정리 코칭 전후 사진,
정리정돈 관련 글 등
|
|
|
기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신 오지 않을 어제와 오늘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추억하며, 여기서 얻은 에너지로 다가올 내일을 살아가려고. 그리고 훗날 기회가 된다면 저의 글과 사진을 순수하게 제 만족을 위한 포토 에세이로 출간해 보고도 싶어요. |
|
|
기록하면서 좋았던 점은?
예나 지금이나 제가 직접 고른 제 취향의 달력과 다이어리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볼 때 나름의 자서전 같은 느낌이 들어서 괜스레 흐뭇해지더라고요. 겨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매년 12월이 기다려지는 이유라고 할까요? |
|
|
슈필라움님에게 기록이란?
쉼과 삶이 있는 나만의 안식처. 독일의 합성어 중 '슈필라움'이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놀이(spiel)와 공간(raum)을 뜻하는 슈필라움(Spielraum)은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을 넘어 심리적 여유를 맛보며 자신의 삶을 재창조할 수 있는 주체적인 놀이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러한 슈필라움이 누군가에게는 멋스럽게 꾸며진 유형의 공간이 될 수도 있지만, 제게는 기록하는 행위가 어떠한 공간 이상으로 온전한 나다움을 되찾고 충만한 행복감을 누리게 합니다. |
|
|
잘 기록하는 사람이 되는 데에 알면 좋은 메모 ∙ 회고 방법들. |
|
|
PARA - 노트앱 사용 전 알면 좋은 메모 방법 |
|
|
취향, 관심사, 기록의 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기록의 목적은 기억이 ‘휘발’되지 않게 하려고라는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여기서 포인트는 날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기억들은 각자 다 다르다는 점이에요.
“어떤 기록을 남기고 있나요?”라는 질문이 다소 광범위할 수 있는데, 돌아온 답변은 개개인의 취향과 관심사가 뾰족하게 드러나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록의 힘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삼십살롱 구독자 여러분의 기록 생활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아래 ‘답장 보내기’에서 알려주세요!
삼십살롱을 읽고 어떤 부분이 공감되었는지, 공유하고 싶은 여러분의 이야기 또는 피드백을 보내주세요.
아주 짧아도 좋아요. 여러분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삼십살롱이 되겠습니다. |
|
|
|